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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풍 이세계 판타지의 교과서, <십이국기>

by 하양 고양이 2025. 7. 16.

십이국기 그림자의 바다 달의 그림자 표지
<십이국기> 표지 이미지입니다.

 

 

동양풍 이세계 판타지의 대표작

판타지 소설의 대표작은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 <어스시의 마법사> 같이 서양 신화와 문화를 기반으로 창작되었습니다. 동양풍 판타지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만족스러운 작품은 없었습니다. (무협지도 동양풍 판타지라고 한다면, 잘 쓴 무협지는 많이 있죠.^^) <서유기>나 <봉신연의> 같은 전근대 소설이 있습니다만, 현대 소설 중 이 전통을 제대로 발전시킨 작품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십이국기> 시리즈를 읽고 동양풍 판타지가 앞으로 창작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방대하지만 세세한 세계관과 설정, 각 국가의 주요 인물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성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동양적 세계관을 가지고도 이렇게 훌륭한 판타지를 만들 수 있다는 훌륭한 사례를 보여준 것이죠. <십이국기> 시리즈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2000년대 초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도 연출이 훌륭합니다. 책을 읽으시기 전에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입문을 해보셔도 괜찮습니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개성 강한 주인공이 돋보이는 <십이국기>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십이국기 -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The Twelve Kingdoms: The Shadow of the Moon, The Sea of Shadow)>는 오노 후유미(Fuyumi Ono)가 집필한 판타지 소설 <십이국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요코 나카지마가 이세계로 소환되어 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성장 서사로, 동양풍 이세계 판타지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주인공 요코는 일본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여고생으로, 겉으로는 모범적이지만 내면에는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을 숨기고 사는 인물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금발의 이국적인 남자 케이키가 나타나 요코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동시에 요코는 괴수에게 쫓기게 됩니다. 그렇게 요코는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며 이세계, 즉 ‘십이국’이라는 판타지 세계로 끌려갑니다.
십이국은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질서를 가진 세계로, 인간은 나무에서 태어나며 하늘에서 태어나는 왕과 기린이라는 존재가 나라의 통치를 결정합니다. 케이키는 ‘케이국’의 기린으로, 요코를 왕으로 선택한 이유는 요코가 이 세계를 다스릴 인물이라는 천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세계에 도착하자마자 요코는 케이키와도 이별하게 되고, 낯선 땅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초반부 요코는 배신과 기만, 공포와 굶주림 속에서 인간 본성과 마주하게 됩니다. 수많은 시련 속에서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공포와 열등감, 타인에 대한 의존심을 직면하고 극복해 나갑니다. 도적에게 쫓기고, 친구라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며, 점차 요코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싸워야 함을 깨닫습니다.
후반부에 이르러 요코는 자신이 ‘케이국의 왕’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과 이 세계의 질서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자신의 약함과 타인을 향한 원망을 극복하며, 그녀는 마침내 왕으로서의 책임을 받아들이고 케이국으로 향합니다. 요코의 변화는 단순한 성장담이 아니라 ‘자아의 각성’이라는 테마로 이어집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주체가 되는 과정, 내면의 어둠과 싸우는 심리 묘사는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이야기는 요코가 케이국의 정식 왕위에 오르며 끝을 맺고, 이후의 시리즈를 위한 서장을 완성합니다.

 


인간적 약점과 불안을 안고 성장하는 입체적 인물의 대서사시

<십이국기 -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는 일본 판타지 소설계에서 이세계 장르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기존 이세계물이 단순히 현실 도피적 성격을 갖고 있었다면, 오노 후유미(Fuyumi Ono)의 이 작품은 주인공의 내면 심리와 인간 존재에 대한 통찰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합니다. 그 결과 성장, 자각, 책임이라는 테마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작품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은 동양풍의 독자적 세계관입니다. 십이국이라는 설정은 중국 고대의 천명사상, 유교적 정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질서를 창조하며, 그 속에서 인물들은 자신의 운명과 싸워갑니다. 세계관의 완성도와 논리적 정합성, 문화적 상징들은 동서양 판타지 장르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정치, 종교, 경제, 생명의 순환까지 치밀하게 구성된 이세계는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이끄는 중심축으로 기능합니다.
요코라는 캐릭터 역시 전형적인 ‘히로인’이 아닌, 인간적 약점과 불안을 안고 성장해 나가는 입체적 인물로 그려집니다. 초반부의 요코는 우유부단하고 타인에게 의존적이며, 스스로를 혐오하지만, 끝내 자기 의지로 운명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모습은 많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이는 특히 청소년 독자층에게 자아 정체성과 주체성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문학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받습니다. 단순히 판타지 모험담에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불안, 고독, 성장, 책임을 심도 깊게 다루며, 심리 묘사와 서사의 균형이 뛰어납니다. 오노 후유미 특유의 서늘하고 단단한 문체는 이러한 테마를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다만 초반부의 어두운 전개, 잔혹한 묘사 등으로 인해 독자층이 명확히 갈리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는 요코의 내면 변화와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부각하는 장치로 작용하며, 작품 전체의 깊이와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로 평가받습니다.
이 작품은 이후 애니메이션, 만화 등으로도 제작되어 일본 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현재까지도 이세계 판타지의 교과서적인 작품으로 언급됩니다.

 


판타지와 호러 장르에서 독자적 위치를 구축한 작가, 오노 후유미

오노 후유미(Fuyumi Ono)는 1960년 일본 미야기현에서 태어난 여성 소설가로, 판타지와 호러 장르에서 독자적 위치를 구축한 작가입니다. 본명은 오노 미유키이며, 남편은 라이트 노벨 작가인 유키노 조(다니하라 노리유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즐겼으며, 일본 고전과 중화풍 전설, 현대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1988년 <악령은 웃지 않는다>로 데뷔한 이후, <악령 시리즈> 등을 통해 호러와 청춘문학 분야에서 활동하였으며, 본격적으로 작가적 명성을 얻게 된 작품이 바로 <십이국기> 시리즈입니다. <십이국기>는 고전 중국의 사상과 철학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설계된 독자적 세계관과 철학적 주제를 결합해 많은 독자와 평론가로부터 극찬을 받았습니다.
오노 후유미의 작품 세계는 단순한 오락성 판타지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녀는 인간 존재의 본질, 책임, 자아 확립, 고독 등 깊이 있는 주제를 작품 속에 녹여냅니다. 특히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심리적 성장, 내면의 어둠과 마주하는 과정에 탁월하며, 이는 단순한 영웅서사가 아닌 인물 중심의 서사로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녀의 문체는 담담하고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인물의 감정과 세계의 비극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세계관 설정에 있어서도 허술함이 없으며, 정치, 경제, 신화, 생명의 순환 등 거시적 구조 속에 개인의 내면 심리를 유기적으로 엮어냅니다. 이러한 점에서 오노 후유미는 일본 장르 문학계에서 독보적 평가를 받습니다.
<십이국기> 외에도 <악령 시리즈>, <고스트 헌트> 등이 대표작으로 꼽히며, 호러와 판타지 양쪽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드문 여성 작가입니다. 특히 <고스트 헌트>는 오컬트적 요소와 인간 심리를 결합해 독자층을 넓혔습니다.
현재까지도 꾸준히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녀의 작품은 일본 내외에서 다양한 매체로 변형되어 꾸준히 소비되고 있습니다. 오노 후유미는 ‘단순히 판타지를 쓰는 작가가 아닌, 인간 내면의 진실을 탐구하는 이야기꾼’으로 평가받으며, 일본 현대 판타지 문학의 중요한 작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