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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

by 하양 고양이 2025. 7. 14.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 표지 이미지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 표지 이미지입니다.

 

 

모험과 공포, 초자연적인 상상력이 결합된 작품

어떤 소설을 읽으면 소설 속 한 장면이 잊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소설이 있나요? 저는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의 한 장면이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바다 위에서 전염병으로 모두 죽어버린 노예선을 만나는 장면인데, 기이한 묘사가 강렬한 공포감을 선사했습니다. 이 장면은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의 기묘한 분위기를 잘 압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없습니다. 무언가 기묘하고, 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듯한 일이기도 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이 뒤섞인 소설입니다. 게다가 결말까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소설이야말로 현대 공포소설의 기원이라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이제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The Narrative of Arthur Gordon Pym of Nantucket)>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가 발표한 유일한 장편소설로, 바다를 배경으로 한 모험과 공포, 초자연적인 상상력이 결합된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아서 고든 핌은 어린 시절부터 바다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자랍니다. 친구 오거스트와 함께 몰래 포경선에 승선하면서 그의 모험은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 항해는 단순한 모험이 아닌, 극한의 공포와 생존을 향한 처절한 투쟁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초반에는 선상 반란과 폭풍우 등 현실적인 위험들이 독자를 긴장하게 합니다. 폭동과 살육이 벌어지며 배는 점차 파괴되고, 살아남은 소수의 인물들은 식량과 식수를 잃고 표류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육, 배신, 광기 등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특히 친구 오거스트가 죽고, 그 시체를 먹어야 하는 상황은 독자에게 극한의 충격을 줍니다.
이후 구조된 핌은 다시 남극으로 향하는 항해에 나서며 새로운 공포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지역에서 그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상징되는 미지의 부족과 초현실적인 현상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남극 근처에서 이방인 부족과의 조우, 배의 침몰, 기이한 자연현상 등이 이어지며 서사는 점점 현실을 넘어선 신화적 영역으로 나아갑니다. 결국 이야기의 마지막에서는 정체불명의 거대한 백색 존재와 마주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으며 독자에게 결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열어둡니다. 이 작품은 현실적인 모험담에서 시작해 초자연과 환상으로 넘어가며, 인간 심연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를 끝없이 탐색합니다.

 


극한의 미지 공포를 탐험한 최초의 문학적 시도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은 발표 당시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입니다. 19세기 미국 문학계에서는 이 소설의 독특한 구성과 잔혹한 묘사, 끝을 알 수 없는 결말로 인해 극단적인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일부는 ‘이해할 수 없는 괴상한 작품’이라 폄하했으나, 후대에 이르러서는 현대문학, 특히 모더니즘과 환상문학, 심지어 공포 문학의 선구적 작품으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소설 역시 인간 심연, 존재론적 공포, 죽음에 대한 탐구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구성이 전형적인 모험 소설과 달리 비약적이며 불연속적인 점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현실과 초현실이 갑작스럽게 연결되며, 결말조차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호함은 오히려 이후 H. P. 러브크래프트 등 초자연적 공포 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습니다. 러브크래프트는 이 작품을 ‘극한의 미지 공포를 탐험한 최초의 문학적 시도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또한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은 바다라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인간 심리와 무의식을 투영하는 장치로 활용합니다. 선상 반란, 식인, 표류, 미지의 부족과의 조우 등은 모두 인간 존재의 한계와 본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들입니다. 남극이라는 장소 역시 미지의 공간이자 인간 이성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계로 설정되어, 소설 전반에 걸쳐 공포와 불안, 초월적 요소를 강화합니다.
오늘날 이 작품은 에드거 앨런 포의 다른 단편들과 함께 환상문학, 서스펜스, 공포소설의 교과서적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대 독자에게도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공포와 미지에 대한 탐구라는 주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며, 다양한 학문적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공포와 추리의 아버지,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는 1809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소설가, 시인, 평론가이며, 현대 공포문학과 추리소설, 심리서스펜스 장르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났으며, 부모를 일찍 여의고 양부모 밑에서 성장했으나 평탄한 삶을 이어가지는 못했습니다. 청년 시절부터 문학적 재능을 보였으나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방황하는 시기를 거치며 여러 잡지와 신문에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애너벨 리>, <도둑맞은 편지>, <함정과 진자> 등이 있으며, 공포와 광기, 죽음, 초자연을 다룬 작품이 많습니다. 특히 <모르그 거리의 살인>은 현대 추리소설의 원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이를 극단적인 공포와 기괴한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데 능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단순히 문학적 흥미를 넘어 20세기 이후 심리학, 철학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포의 문학적 성취는 그가 생존해 있을 때 크게 인정받지 못했으나, 사후 그의 영향력은 유럽과 전 세계로 확산되었습니다. 특히 프랑스 상징주의 문학, 러브크래프트의 코스믹 호러, 보르헤스의 환상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의 작품 속 상징과 환상, 논리와 광기의 교차는 이후 현대 문학이 다루는 심리적, 존재론적 문제의 근원이 되었다고 평가받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1849년 4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의 죽음 또한 원인 불명으로 남아 있으며, 이는 그가 작품 속에서 다뤄온 미스터리와 공포라는 이미지와 맞물려 더욱 신화적인 존재로 남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그는 ‘공포와 추리의 아버지’라는 수식어와 함께, 인간 내면의 불안과 죽음에 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남긴 문학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