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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의 정수, <이누가미 일족>

by 하양 고양이 2025. 7. 22.

이누가미 일족
<이누가미 일족> 표지 이미지입니다.

 

 

 

전후 일본 사회의 혼란을 담아낸 추리소설

어릴 때부터 일본 만화와 영화, 소설을 좋아했던 제게는 작은 의문점이 있었습니다. 얼굴에 가면을 쓰고 나오는 인물들이 유독 일본 만화 등에 많이 나오는데, 그 원조가 어디일까? 라는 겁니다. 저의 이런 의문점은 <이누가미 일족>을 읽고 풀렸습니다. 
<이누가미 일족>(犬神家の一族)은 요코미조 세이지(横溝正史)가 1950년에 발표한 본격 추리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 추리소설 역사상 손꼽히는 명작으로, 그의 대표 탐정인 긴다이치 코스케가 활약하는 대표적인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이누가미 일>은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괴한 살인사건을 다루며, 일본 전통적 가족주의와 인간 내면의 탐욕, 증오, 피로 이어진 인연의 비극성을 중점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일본의 부유한 실업가 이누가미 사헤에가 죽으면서 시작합니다. 그는 어린 시절 가난할 때 도움을 준 여성의 후손에게 깊은 빚을 느끼고, 죽기 전 유언장에서 그 여성의 손녀인 노기타마코를 상속자로 지명합니다. 그러나 이 유언장이 공개되자, 이누가미 가문 내부는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사헤에는 혼외자식으로 알려진 세 딸과 그 자손들이 있었고, 그들은 모두 상속에서 제외된 것에 분노합니다. 또한 유산 상속을 두고 얽힌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이윽고 이누가미 가문에서는 하나씩 기괴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희생자는 기괴하게 숨진 채 발견되고,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희생자가 차례로 나타나며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집니다. 살인의 수법은 기괴하고 상징적이며, 사헤에의 유언과 가문의 숨겨진 비밀이 점점 드러납니다. 마치 고대의 저주처럼 느껴지는 살인 사건 속에서 긴다이치 코스케는 가문의 과거와 인간관계, 유언장을 둘러싼 의문을 하나씩 풀어나갑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누가 범인인가를 밝히는 추리극에 그치지 않고, 전후 일본 사회의 가치관 붕괴,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모순, 인간의 탐욕과 증오라는 깊은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사건의 핵심에는 피로 이어진 복수와 과거의 죄업, 억압된 욕망이 있으며, 긴다이치는 이러한 얽힌 감정의 실타래를 차분히 풀어갑니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와 동기는 독자에게 큰 충격을 주며, 요코미조 세이지 특유의 '가족'과 '피의 비극'을 통한 일본적 미스터리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이누가미 일족>은 단순한 탐정소설 이상의 깊이를 지닌 작품입니다.

 

 

일본 추리 문학의 결정판, <이누가미 일족>

<이누가미 일족>은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지가 창조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 중 하나로, 이후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읽히며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로도 각색되었습니다. 특히 일본 내에서는 '추리소설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으로 꼽히며,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아이콘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일본 전통 가문의 폐쇄적 구조와 그로 인한 비극을 밀도 있게 묘사했다는 점입니다. 유산 상속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배경으로 하되, 그 안에 얽힌 인간의 욕망, 증오, 혈연에 대한 집착 등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수법은 단순히 잔혹하기보다는 '상징적'이며, 이는 독자에게 단순히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를 넘어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특히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벌어지는 복수극과 사랑, 증오의 감정이 일본적 정서와 맞닿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문학적으로도 <이누가미 일족>은 완성도가 높습니다. 복잡한 가계도와 인물 관계, 그리고 치밀하게 설계된 트릭은 탐정소설의 모범으로 손꼽힙니다. 요코미조 세이지 특유의 문체와 긴장감 넘치는 구성은 독자에게 서서히 몰입하게 만들며, 단순히 범인을 밝혀내는 것을 넘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심리적 서사에 무게를 둡니다.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인물 또한 작품 내내 탐정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매력을 발산하며, 독자의 공감을 유도합니다.
그러나 일부 독자에게는 복잡한 가계도와 인물관계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전후 일본 사회의 특수한 가치관을 모르는 독자라면 작품이 지닌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작품의 본질적인 약점이라기보다 시대적,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누가미 일족>은 일본 추리문학의 결정판으로, 사건 해결의 쾌감뿐 아니라 인간 존재와 가족, 피의 인연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수작입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고전으로서의 가치와 함께, 새로운 독자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작품입니다.

 

 

일본 추리소설의 국민작가, 요코미조 세이지

요코미조 세이지(横溝正史)는 1902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나, 일본 본격 미스터리 소설의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탐정소설과 괴기 문학에 흥미를 가졌으며, 1921년 도쿄약학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제약회사에 근무하다 문학의 길로 전향하게 됩니다. 초기에는 문예지에 탐정소설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으며, 1930년대부터 본격적인 미스터리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지의 작품 세계는 에도가와 란포로 대표되는 일본 초기 탐정소설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보다 전통적이며 일본적인 색채를 가미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그는 서양식 본격 추리소설의 구조적 엄밀함을 따르되, 일본의 전통 문화와 가족제도, 농촌 사회의 폐쇄성 등을 작품에 적극 반영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이누가미 일족>을 비롯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전반에 잘 드러나 있으며, 일본 미스터리의 독자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옥문도>, <팔묘촌>, <요츠야 괴담>, <이누가미 일족> 등이 있으며, 이 작품들은 모두 기괴한 살인 사건과 복잡한 인물관계, 전통적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캐릭터는 일본 탐정소설 역사상 가장 유명한 탐정으로 자리 잡았으며, 그의 투박하고 어수룩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날카로운 추리력은 많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요코미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에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는 미스터리를 단순 오락이 아닌, 인간 심리와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장르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그는 일본 농촌의 폐쇄성과 혈연 중심 사회의 비극을 소재로 삼으며, 단순한 범죄 이상의 인간 드라마를 그려냈습니다.
1970년대 이후 그의 작품은 여러 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며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했으며, 그는 일본 추리소설의 '국민 작가'라 불리게 됩니다. 1981년 타계했으나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재출간되고 있으며,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거장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의 유산은 현재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미스터리 독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