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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고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by 하양 고양이 2025. 6. 20.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표지 이미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표지 이미지입니다.

 

 

 

고립된 공간에서의 살인 사건과 긴장감을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

제가 어릴 때 우연히 읽고 추리소설의 매력에 푹 빠진 작품이 바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입니다. 저는 당시 어린이 잡지에 실린 연재분을 읽었는데, 당시 어린이 잡지에 실린 제목은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이었습니다. 그때 매달 연재되는 잡지를 기다리지 못해, 원작을 찾아 책을 사서 단숨에 읽었었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이라 자부합니다. 그만큼 어린 저에게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반전'의 묘미를 처음 접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소설을 읽기 전 영국 BBC에서 만든 드라마를 보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여러 번 드라마로 만들어졌는데, 최근 만들어진 작품이 아주 완성도가 높습니다. 드라마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는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가 1939년에 발표한 추리 소설로,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과 심리적 긴장을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영국 해안 근처에 위치한 솔져 아일랜드라는 외딴섬으로, 이곳에 초대받은 열 명의 남녀가 차례로 살해되면서 전개됩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살인사건의 수사를 넘어 인간의 죄책감과 심리적 압박을 정교하게 풀어낸 수작입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양한 배경과 직업을 가진 열 명의 인물이 'U.N. 오언'이라는 인물의 초대를 받아 섬에 모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즐거운 휴가를 기대하지만, 도착 후 주인이라고 주장한 오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신 저녁 식사 후 음성 녹음이 재생되며 각각의 인물이 과거에 저지른 죄를 하나씩 고발합니다. 곧이어 살인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하나둘 죽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마치 섬 안에서 진행되는 '열 꼬마 병정'이라는 동요의 내용처럼 한 명씩 사망하게 되며, 동요의 가사와 살인의 방식이 절묘하게 일치합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에 범인이 있다는 공포와 불신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외부와의 통신은 단절되고, 구조는 기대할 수 없는 고립된 상황에서 남은 이들은 점점 심리적으로 무너져 갑니다. 등장인물들은 각자 과거의 죄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서로를 의심하고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합니다. 그러한 심리적 압박은 독자에게도 전이되어 높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결국 모두가 죽고, 섬에는 시신만 남게 됩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어떠한 살인범의 흔적도 찾을 수 없으며, 사건은 미궁에 빠집니다. 그러나 마지막 장에서 살인범의 자백 편지가 바다를 떠돌다 발견되는 방식으로 진실이 밝혀집니다. 범인은 정의감이라는 명목으로 죄를 지은 자들을 심판하고자 했으며, 철저하게 계획된 연출로 자신마저도 희생자로 위장해 경찰의 수사를 피해 간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등장인물이 줄어드는 긴장감을 통해 독자의 추리력을 자극하며, 고전적인 폐쇄형 미스터리 구조를 완성도 높게 구현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범죄소설을 넘어서 죄, 벌, 양심이라는 주제를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있으며,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전무후무한 폐쇄형 미스터리라는 극찬을 받는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평가받으며, 출간 이후 전 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입니다. 이 작품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하나로, 미스터리 장르를 완성도 높은 문학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등장인물 간의 심리 묘사와 치밀한 플롯 구성, 반전의 구조는 현대 추리소설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심리적 압박감’입니다. 독자는 살인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좁혀지는 인물의 수와 함께 극심한 불안과 긴장을 체험하게 됩니다. 인물들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공포, 죄책감, 그리고 불신은 현실적인 감정으로 묘사되어 독자의 몰입도를 극대화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이러한 심리 묘사와 함께 ‘열 꼬마 병정’이라는 동요를 이용하여 사건을 구조화함으로써 하나의 문학적 장치를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범인의 정체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구조로 인해,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서사 방식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은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분석하고 범인을 지목하는 구조를 따르지만, 이 작품에서는 탐정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며, 마지막에야 진상이 밝혀지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에게 더 큰 충격과 여운을 남기며, 추리소설 장르의 문법을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두고 ‘살인극의 정수’, ‘전무후무한 폐쇄형 미스터리’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공간과 인물의 수를 제한한 설정은 연극이나 영화로도 각색하기 용이하여, 수많은 미디어에서 재해석되었습니다. 실제로 연극, TV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어 오랜 시간 동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추리와 반전을 넘어 도덕성과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도 제기합니다. 범인은 '법이 처벌하지 못한 죄'를 심판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고, 자신은 정의의 대리인이라 믿었습니다. 이는 법과 도덕, 정의와 복수의 경계에 대해 독자 스스로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해석 가능성과 문학적 깊이 덕분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현대 독자들에게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추리소설의 정점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애거서 크리스티는 1890년 영국 데번 주에서 태어나 1976년 생을 마감한 세계적인 추리 소설 작가입니다. 본명은 애거서 메리 클라리사 밀러(Agatha Mary Clarissa Miller)이며,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라 크리스티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평생 80편 이상의 장편 소설과 150편 이상의 단편, 그리고 20편 이상의 희곡을 발표했으며,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릴 만큼 방대한 작품 세계와 뛰어난 구성력을 자랑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간호사로 일하면서 약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였고, 이는 이후 작품의 살인 도구로 자주 등장하게 됩니다. 실제로 그녀는 많은 작품에서 독약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며, 독성 성분과 그 작용을 매우 정확하게 묘사합니다. 이러한 사실성은 그녀의 작품에 사실감을 부여하고, 독자들에게 더욱 설득력 있는 미스터리를 제공합니다.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 <나일 강의 죽음>, <ABC 살인사건> 등이 있으며, 특히 ‘에르퀼 푸아로’와 ‘미스 마플’이라는 두 탐정 캐릭터는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추리 욕구를 극대화시키며 가장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1971년 영국 왕실로부터 ‘데임(Dame)’ 작위를 수여받았으며, 이는 문학 분야에서 여성으로서 받은 최고의 영예 중 하나였습니다. 그녀는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세계적으로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작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또한 그녀의 희곡 <쥐덫(The Mousetrap)>은 1952년 초연 이후 70년 넘게 런던에서 상연되며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추리를 넘어서 인간 심리, 사회적 윤리, 도덕적 질문들을 던지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범죄 소설을 단순한 오락을 넘어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작가로, 오늘날에도 그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도 수많은 독자와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고전이 가지는 가치와 생명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