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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인 SF 문학, <우주비행사 피륵스>

by 하양 고양이 2025. 7. 4.

우주비행사 피륵스 표지 이미지
<우주비행사 피륵스> 표지 이미지입니다.

 

 

인간 이해와 철학적 질문을 던진 소설, <우주비행사 피륵스>

스타니스와프 렘은 우리에게 <솔라리스>라는 소설로 알려진 세계적인 SF 작가입니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소설은 철학적인 SF로 유명합니다. 저는 <솔라리스>를 읽고 <우주비행사 피륵스>를 읽었는데요, <솔라리스>와 또 다른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솔라리스>는 처음부터 존재론적 질문이 던져지고, 계속 사유에 뛰어들어 읽어야 하는 작품입니다. <우주비행사 피륵스>는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우주 사관생도였던 피륵스의 학창 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점차 노련한 우주비행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과 인공지능, 과학기술과 인간의 경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정말 이 책을 읽으며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인간이 우주에 진출하게 되면, 스타니스와프 렘이 <우주비행사 피륵스>에서 풀어냈던 질문들을 정말 진지하게 직면하게 될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꼭 이 책을 읽어보시고, SF라서 가능한 철학적 질문에 마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주비행사 피륵스(Opowieści o Pilocie Pirxie)>는 폴란드의 대표적인 SF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Stanisław Lem)이 1968년에 발표한 중단편 소설집입니다. 이 책은 '피륵스'라는 인물의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된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피륵스는 처음에는 우주비행사 후보생으로 등장하며, 점차 정식 조종사, 임무 책임자, 탐사대장 등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책은 총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편은 기술 발전과 인공지능, 인간의 한계, 윤리적 문제, 우주 탐사의 위험 등을 주제로 합니다. 이야기들은 전반적으로 철학적이며, 인간이란 존재가 첨단 과학기술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다룹니다. 렘은 피륵스라는 캐릭터를 통해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합리성과 직관’이 어떻게 인공지능이나 자동화 기술보다 우월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시험비행」에서는 자동항법장치가 결함을 일으켜 위기를 맞지만 피륵스의 판단력이 사태를 해결합니다. 「조우」에서는 우주에서 마주친 외계 생명체와의 의사소통이 중심이며, 인간의 인식 범위와 윤리적 선택의 어려움을 드러냅니다. 가장 대표적인 단편 중 하나인 「결투」에서는 인공지능 로봇과의 충돌을 통해 인간성과 기술의 경계를 문제삼습니다.
피륵스는 전형적인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실수도 하고 고민도 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완전성이야말로 렘이 강조하는 진짜 인간다움이며,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묘사됩니다. 결국 <우주비행사 피륵스>는 SF라는 장르적 외피 안에 깊이 있는 인간 이해와 철학적 질문을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 작품

<우주비행사 피륵스>는 전통적인 SF 장르의 틀을 따르면서도, 단순한 미래 예측이나 과학기술 찬양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고 있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스타니스와프 렘은 이 작품을 통해 기술적 진보가 인간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탐색하면서, 동시에 인간 중심적 사고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주인공 피륵스의 ‘인간적인 불완전함’을 통해 과학기술과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선택과 감정, 직관이 존재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렘은 단순히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거나 디스토피아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탐구합니다.
특히, 피륵스는 실패하고 흔들리며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인간다움과 윤리, 판단력 같은 요소가 결국 승리를 가져오는 핵심임을 독자에게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당대 다른 SF 작품들이 기계적인 미래상에 집중하던 것과 달리 철학적이며 인문학적인 관점을 가미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입니다.
또한 문체적으로는 간결하면서도 서사 전개가 탄탄하며, 사건을 설명하는 데 있어 기술적 지식을 적절히 배치하여 몰입감을 줍니다. 과학적 디테일이 지나치게 많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현실감 있게 구성되어, SF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학평론가들은 <우주비행사 피륵스>를 두고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미래를 고민하는 시대에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라고 평가합니다. 오늘날 챗GPT나 자율주행 기술 등 AI가 일상화되는 시대에 이 작품은 더욱 시의적이며,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재고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렘의 작품은 20세기 중후반에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대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예언적 작품으로 인정받습니다.

 

20세기 SF 문학에 가장 독특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

스타니스와프 렘(Stanisław Lem, 1921~2006)은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과학소설 작가이자 철학자, 미래학자입니다. 그는 20세기 SF 문학사에서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기술과 인간 존재, 의식, 지능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렘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점령 하의 폴란드에서 유대인으로 살았으며, 이후 의학을 공부했으나 작가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전쟁의 상흔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담았으며, 점차 SF라는 장르를 통해 철학적 주제를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대표작으로는 <솔라리스>, <미래학 회의>, <에덴>, <유토피아의 목소리> 등이 있으며, <우주비행사 피륵스>는 기술 문명과 인간의 도덕성 사이의 균형을 그린 렘의 대표 중단편집입니다. 렘은 단지 미래 사회를 상상하거나 우주를 배경으로 한 모험담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정신과 의식, 지능의 본질을 파고드는 작품을 통해 SF 문학을 철학적 사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스타니스와프 렘은 기술을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며,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큰 윤리적 문제와 책임이 따라온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짓지 않고, 기술이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속성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런 점에서 렘은 '예언적 작가'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또한 렘은 유럽 내 지성인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논객으로도 활동했으며, 철학, 심리학, 언어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는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에세이, 과학비평, 철학서 등도 다수 남겼으며,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수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2006년 3월 27일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사망했으며, 스타니스와프 렘의 작품은 지금도 다양한 매체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주비행사 피륵스>와 같은 작품은 기술 진보가 인간성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는 데 탁월한 고전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