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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작품, <페스트>

by 하양 고양이 2025. 7. 3.

페스트 표지 이미지
<페스트> 표지 이미지입니다.

 

 

 

폐쇄된 도시에서 극한의 절망과 직면한 인간군상을 그린 소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흔들 때, 절망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떠올렸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페스트가 확산되며 폐쇄된 도시 오랑의 상황이 코로나 팬데믹 당시 연결이 끊겨버린 전 세계의 상황과 오버랩되었죠. 그리고 저는 당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수많은 인간 군상이 보여준 모습은 <페스트>에서 알베르 카뮈가 묘사한 사람들의 모습과 너무 같았습니다. 고전은 고전이라더니, 알베르 카뮈의 통찰력에 정말 놀랐습니다. 그래서 <페스트>는 코로나 팬데믹 내내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끝났지만, 아직 <페스트>의 상황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페스트>의 문제의식은 단순히 전염병만을 은유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극단의 정치가 대세가 된 지금의 시대, 도리어 <페스트>는 또 다른 은유로 받아들여집니다. 아직 안 읽어보신 분이라면 한번 읽어보세요. 저도 이번에 다시 한 번 읽었습니다. 

<페스트(The Plague)>는 알베르 카뮈(Albert Camus)가 1947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프랑스령 알제리의 도시 오랑(Oran)을 배경으로 페스트의 확산과 그것에 맞서는 인간 군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전염병 이야기로 보일 수 있으나, 실존주의와 부조리 철학, 그리고 인간의 연대와 윤리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어 현대 문학의 대표적인 상징적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이야기는 평범한 해안 도시 오랑에서 어느 날부터 시체로 변한 쥐들이 거리 곳곳에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으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이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지만, 곧 사람들 사이에 열과 통증, 부종이 퍼지기 시작하고, 당국은 결국 도시 전체를 봉쇄하게 됩니다. 도시 주민들은 외부와의 연결이 끊기고, 서로를 의심하며, 점차 절망과 공포에 빠지게 됩니다.
주인공은 리외(Rieux)라는 의사로, 그는 초기에 병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환자들을 진심으로 돌보는 인물입니다. 그는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인물로,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한 채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치료합니다. 그의 시선은 독자에게 이야기 전반의 사실적이고 윤리적인 중심축을 제공합니다.
또 다른 주요 인물로는 파늘루 신부가 있습니다. 그는 페스트를 신의 징벌로 해석하며 신자들에게 회개를 권합니다. 그러나 질병이 무고한 아이들에게까지 퍼지면서, 그는 신의 뜻에 대한 의심과 신학적 갈등을 겪게 됩니다. 이는 종교적 믿음과 현실의 고통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줍니다.
또한 타루(Tarrou)라는 인물도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는 리외와 협력하여 자원 진료단을 조직하고, 인간의 존엄과 저항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합니다. 타루는 과거에 정치적 폭력과 죽음에 관여한 경험을 가진 인물로, 인간의 죄와 구원에 대한 철학적 고뇌를 대변합니다. 그는 결국 자신도 페스트에 감염되어 목숨을 잃습니다.
페스트는 단순한 질병이 아닌 ‘부조리’의 상징으로 그려집니다. 인간은 이유 없이 고통받고 죽음을 맞이하며, 이러한 세계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결국 세계는 침묵합니다. 그럼에도 리외와 타루는 인간의 연대와 책임을 통해 저항하려 하며, 이는 부조리에 대한 카뮈식 해답, 즉 ‘반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페스트는 사라지고, 봉쇄는 해제됩니다. 하지만 리외는 ‘페스트균은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인간은 언제든 다시 닥쳐올 비극에 맞서 연대하고 도덕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이 결말은 희망과 경계가 공존하는 구조로,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페스트>는 단순한 질병의 재난을 넘어서, 전쟁, 독재, 억압, 인간 조건 그 자체를 은유하는 작품입니다. 질병은 사회를 드러내고, 인간의 본성과 공동체의 윤리를 시험하는 거울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페스트>는 인간 존재와 삶의 본질에 대한 문학적, 철학적 탐구를 탁월하게 구현한 작품입니다.

 

 

인간의 조건과 공동체,윤리, 삶의 태도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

<페스트>는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중 하나로, 단순한 전염병 소설을 넘어 철학적, 윤리적,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소설은 20세기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실존주의와 부조리 철학을 문학적으로 구현한 대표적 성과로 간주됩니다.
첫 번째로, 이 소설은 부조리 철학의 문학적 형상화입니다.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설명한 바 있는 ‘부조리’—즉 인간이 의미를 갈구하는 세계에서, 세계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는다는 실존적 불일치—를 <페스트>에서도 강하게 드러냅니다. 페스트라는 질병은 그 자체로 이유 없고 무작위적이며, 인간의 선함이나 악함과는 무관하게 고통을 부여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간은 절대적인 의미를 찾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윤리를 소설은 강조합니다.
둘째로, <페스트>는 공동체와 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합니다. 리외는 영웅적 인물도, 신앙적인 구도자도 아닙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직무와 도리를 다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나는 사람을 치료할 뿐이다”라고 말하며, 도덕이나 이념이 아닌 인간에 대한 책임과 연대 의식을 행동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는 독자에게 윤리란 무엇이며, 인간은 타인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셋째로, 이 작품은 전체주의와 억압에 대한 은유로 읽힙니다. 발표 당시 <페스트>는 나치 점령기에 대한 은유로 해석되었고, 오랑이라는 봉쇄된 도시는 억압받는 사회를 상징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저항, 무관심, 순응, 희생 등 다양한 태도를 보이며, 이는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 운동과 무관심한 대중, 협력자들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특히 타루의 자아성찰과 행동은 정치적 책임과 윤리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대변합니다.
비평가들은 <페스트>가 소설로서 구조적 완성도와 서사적 긴장감을 잘 갖췄다고 평가합니다. 건조하고 절제된 문체는 사건을 냉철하게 전달하며, 서정적인 표현보다는 사실적 진술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화자인 리외가 일정 부분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고 관찰자적 시선으로 서술한다는 점은 독자의 객관적 판단을 유도하는 효과를 줍니다.
또한 <페스트>는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지녔습니다. 이 소설은 전염병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기후위기, 팬데믹, 사회적 재난 등 다양한 현대적 상황과 맞닿아 있으며, 인간의 대응방식을 근본적으로 되짚어보게 만듭니다.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페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재조명되며 다시금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페스트>는 인간의 조건과 공동체, 윤리, 저항, 그리고 삶의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카뮈는 부조리한 세계에 맞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물음을 던지며, 그 답을 ‘연대’와 ‘책임’ 속에서 찾습니다. 이 작품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우리 모두가 직면한 실존적 문제를 끊임없이 되새기게 합니다.

 


실존주의와 부조리 철학을 대표하는 지식인, 알베르 카뮈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는 프랑스의 소설가, 철학자, 저널리스트로, 20세기 실존주의와 부조리 철학을 대표하는 지식인 중 한 명입니다. 그는 문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인간의 삶과 윤리, 자유, 고통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작품에 담아낸 인물로,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카뮈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태어나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하였고, 어머니는 문맹에 가까운 알제리계 프랑스인으로, 청각장애도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빈곤과 차별 속에서 성장한 카뮈는 인간 존재의 불안정성과 부조리를 일찍이 체감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은 그의 문학과 사상에 강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카뮈는 알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였으며, 초기에는 극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하면서 ‘반파시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였고, 이후 언론과 문학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정의를 옹호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이방인(L’Étranger)>, <시지프 신화(Le Mythe de Sisyphe)>, <페스트(La Peste)>, <전락(La Chute)>, <정의로운 사람들(Les Justes)> 등이 있으며, 이 작품들은 철학적 에세이와 문학적 서사의 경계를 허물며 독특한 스타일을 형성합니다.
카뮈는 흔히 ‘실존주의 철학자’로 분류되지만, 그는 스스로 실존주의자라는 정의를 거부했습니다. 그는 장 폴 사르트르와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들과 사상적 공통점은 있었지만, 인간 존재에 대한 관점에서 보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세계의 부조리를 인정하면서도, 인간은 그것에 저항하며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부조리에 대한 반항’이라는 핵심 개념으로 정리됩니다.
카뮈는 문학과 철학을 통해 인간 존재의 고통과 윤리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하였으며, 그의 작품은 형식적인 실험보다는 명료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독자의 감정과 지성을 동시에 자극합니다. 그는 복잡한 개념을 쉽게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났고, 대중성과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지닌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1957년, 그는 “양심에 따라 진실을 말하는 용기 있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합니다. 당시 44세였으며, 이는 가장 젊은 수상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수상 연설에서 작가의 역할은 “희망 없는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1960년, 카뮈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의 죽음은 전 세계 지성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미완의 유고작 <최초의 인간(Le Premier Homme)>은 사후에 출간되어 그의 어린 시절과 인간적인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남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알베르 카뮈는 철학과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조건, 도덕적 책임, 자유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사유의 작가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여 지금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현대 인간이 직면한 실존적 질문에 대해 끊임없는 사유를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