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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위한 예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by 하양 고양이 2025. 6. 17.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표지 이미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표지 이미지입니다.

 

 

 

 

인간의 욕망과 타락을 주제로 한 상징적이고 철학적인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는 아일랜드 출신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1890년에 처음 발표한 장편소설로, 인간의 욕망과 미, 도덕, 타락을 주제로 한 상징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아름다움과 청춘의 덧없음, 윤리적 타락에 대한 문제의식을 예술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명작으로, 당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야기는 런던의 화가 바질 홀워드가 도리언 그레이라는 젊은 청년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시작됩니다. 도리언은 외모가 뛰어나고 순수하며 천진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화가 바질은 도리언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그를 뮤즈로 삼고 초상화를 그리게 됩니다. 이때 바질의 친구인 헨리 워튼 경이 등장하면서 도리언의 인생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헨리는 쾌락주의적 세계관을 지닌 인물로, 인생의 목적은 쾌락이며 도덕은 억압이라는 신념을 가졌습니다. 그는 도리언에게 “청춘은 가장 값진 자산이며, 그것이 사라지기 전에 원하는 것을 모두 누려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에 충격을 받은 도리언은 자신이 언젠가 늙어간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며, 자신의 초상화가 대신 늙고 자신은 영원히 젊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소원을 마음속으로 빌게 됩니다. 놀랍게도 이 소원이 실현됩니다. 시간이 흘러도 도리언의 외모는 변하지 않고, 대신 초상화가 점차 추악하게 변해갑니다.
그 후 도리언은 헨리의 철학에 영향을 받아 도덕적 제약을 무시하고, 쾌락과 자기중심적인 삶에 몰두하게 됩니다. 그는 연극배우 시빌 베인을 사랑하지만, 그녀가 연기에 실패하자 가차 없이 그녀를 버리고, 시빌은 자살하게 됩니다. 도리언은 처음에는 죄책감을 느끼지만 이내 감정을 억누르고 무관심해집니다. 이후에도 그는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파괴하며, 겉으로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순수한 청년의 외모를 유지하지만, 내면은 점점 타락해 갑니다.
초상화는 그의 죄악과 타락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점점 더 끔찍한 모습으로 변합니다. 도리언은 점점 자신의 초상화를 보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자신의 죄가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이 그림이 무서운 존재로 느껴집니다. 결국 도리언은 죄책감과 내면의 공허감에 시달리다 못해 그림을 파괴하려고 칼을 찌르는데, 이 행위는 곧 자신의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한 노인의 시신 옆에 원래의 아름다움을 되찾은 초상화를 발견하며 소설은 끝이 납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도덕 교훈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성과 윤리, 예술의 역할, 청춘과 죽음, 자아의 분열이라는 복합적 주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초상화는 인간 내면의 양심과 도덕성을 상징하며, 도리언의 겉모습은 사회적 가면, 외면의 아름다움을 의미합니다. 외면과 내면의 괴리, 쾌락주의의 허상, 도덕적 붕괴는 이 작품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형성합니다.

 


도덕적 성찰과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단순한 공포 혹은 도덕 우화가 아닌, 인간 심리와 윤리, 예술과 삶의 경계에 대한 탐구로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발표 당시 영국 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특히 보수적인 종교계와 도덕주의자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인간 존재의 깊이를 성찰한 문학적 걸작으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이 작품은 미와 예술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도리언은 겉으로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유지하지만, 그 속에는 타락과 허무가 쌓여 갑니다. 이는 ‘예술은 도덕과 무관하다’는 미학적 논쟁에 불을 지폈으며, 실제로 오스카 와일드는 “예술은 쓸모없기에 아름답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예술의 자율성과 자율적 미를 강조했습니다. 도리언의 외모는 시대가 추구하던 미의 절정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위선일 수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둘째로, 이 작품은 쾌락주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헨리 워튼 경은 인간 본성을 본능과 욕망의 발현으로 해석하며, 도덕적 규율은 인위적인 억압일 뿐이라 주장합니다. 도리언은 이러한 사상에 심취해 쾌락을 쫓는 삶을 살지만, 결국 내면의 파괴와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이는 자유와 쾌락이 절대적인 선이 될 수 없음을 경고하며, 인간 존재는 윤리와 양심 없이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셋째로, 이 작품은 이중성과 자아 분열의 심리적 문제를 다룹니다. 도리언의 외모는 순수함과 청춘을 유지하지만, 그의 초상화는 내면의 모든 죄악과 추악함을 표현합니다. 이는 인간 내면의 선과 악, 이성과 욕망, 자아와 초자아 사이의 긴장 관계를 상징하며, 현대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해석 가능한 구조입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과도 유사하게 연결되는 이 구조는 인간의 본성과 정체성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비평적으로 보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전통적인 소설 구조보다는 상징과 대화에 의존한 철학적 산문에 가깝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특히 대사 중심의 구성과 풍부한 인용, 지적 유희는 일반 독자보다는 사유 중심의 독서 경험을 원하는 독자에게 어필하는 측면이 큽니다. 동시에 오스카 와일드 특유의 재치 있는 문장과 풍자는 이 소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오늘날 이 소설은 문학사, 철학, 심리학, 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며, 단순한 고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도리언이라는 인물은 현대 사회에서 외모와 성공,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의 상징이며, 이 소설은 여전히 유효한 도덕적 성찰과 존재론적 질문을 던집니다.

 


빅토리아 시대 가장 독창적이고 논쟁적인 작가, 오스카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본명: Oscar Fingal O’Flahertie Wills Wilde)는 185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생을 마감한 영국계 작가로, 빅토리아 시대의 문학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논쟁적인 인물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문학은 재치 있는 언어, 예술과 미에 대한 탐구, 그리고 사회적 위선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특징지어집니다.
와일드는 어린 시절부터 비범한 지성과 감수성을 지녔으며, 옥스퍼드 대학에서 고전 문학과 철학을 전공하며 학문적 명성을 쌓았습니다. 학창 시절 그는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이라는 미학주의 운동에 심취했고, 이는 그의 전반적인 문학 세계관을 결정짓는 핵심 철학이 됩니다. 그는 예술은 도덕과 실용성을 초월하여 순수한 아름다움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와일드는 극작가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진지함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 <살로메(Salomé)>, <윈드미어 부인의 부채>등은 지금까지도 무대에서 자주 공연되는 대표작입니다. 그는 희곡뿐만 아니라 동화, 에세이, 시, 소설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겼으며, 특히 문장력과 대사 감각, 재치 있는 풍자와 아이러니는 독보적인 문학적 개성으로 인정받습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와일드가 발표한 유일한 장편소설로, 그가 예술과 삶, 도덕과 쾌락에 대해 가졌던 생각이 가장 응축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발표 당시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으며, 특히 성적 은유와 도덕성 문제로 인해 윤리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후 와일드는 동성애 혐의로 기소되어 투옥되고, 영국 사회에서 사실상 추방당하는 비극을 겪습니다.
그는 1895년 ‘부도덕죄’라는 명목으로 2년형을 선고받아 감옥 생활을 하였고, 그곳에서 쓴 편지 <옥중기(De Profundis)>는 그의 내면적 고백과 회한, 철학적 성찰이 담긴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출소 이후 그는 프랑스로 이주해 외롭게 살다 1900년 사망했습니다. 사망 당시 그는 빈곤하고 병든 상태였으나, 그의 문학은 사후에 점차 재조명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되기에 이릅니다.
오늘날 오스카 와일드는 사회적 위선에 대한 고발, 예술의 자유, 성적 다양성의 상징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LGBTQ+ 인권운동의 상징적 인물로도 회자되며, 그의 삶과 작품은 예술가로서의 고통, 창작의 자유, 그리고 자기 존재를 위한 투쟁을 보여주는 강력한 서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오스카 와일드는 단순히 한 시대의 풍자 작가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사회 구조, 예술과 도덕의 관계를 날카롭게 탐구한 철학적 작가로 평가됩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그의 예술적 신념과 개인적 고뇌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